경기헤드뉴스 최보영 기자 | 막걸리와 수육, 한국 술상의 출발점 서울 신사동 골목 안에 자리한 묵전의 상은 요란하지 않다. 그러나 그 위에 놓인 막걸리 주전자와 둥근 잔, 그리고 도마 위에 가지런히 놓인 한방수육은 한국 술상의 오래된 문법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막걸리는 오랫동안 농주의 이미지에 묶여 있었다. 쌀을 발효해 빚은 이 탁주는 서민의 술로 소비되었고 도시적 세련됨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최근 전통주에 대한 재해석이 이루어지면서 막걸리는 다시 식탁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그 변화의 핵심은 술 자체가 아니라 술과 함께 놓이는 음식의 구조에 있다. 한방수육은 강하게 양념하지 않는다. 삶는 조리법을 통해 지방과 살코기의 층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육즙을 붙잡은 채 부드럽게 풀어낸다. 한방 향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배경에 머문다. 이 담백함이 막걸리의 은은한 산미와 맞물리며 기름의 무게를 정리한다. 술이 맛을 덮지 않고 흐름을 이어주는 방식, 이것이 한국 술상의 시작점이다. 감자전과 미나리전, 부침의 두 결 묵전의 술상에서 전은 중심을 이룬다. 감자전과 미나리전은 같은 부침이지만 결이 다르다. 감자전은 전분의 밀도로 완성된다. 기름 위에서 눌리듯 익으며
경기헤드뉴스 최보영 기자 | 분 자요리의 시대를 지나온 셰프 신동민 셰프는 한국에 분자요리가 소개되던 초창기를 직접 경험한 요리인이다. 요리를 감각이 아닌 구조와 과학의 언어로 해석하던 시기, 그는 식재료의 질감과 밀도, 온도 변화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조리 표현을 시도해왔다. 당시 분자요리는 기술의 과시가 아니라, 요리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실험적 언어였다. 일본 요리 교육을 기반으로 한 조리 경험과 해외에서의 실험적 환경은 그의 요리에 기술적 정확성과 구조적 사고를 동시에 남겼다. 재료를 해체하고 다시 조합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그는 맛을 ‘쌓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는 것’으로 이해하게 됐다. 기술 이후에 선택한 단순함 모든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뒤, 신동민 셰프는 오히려 복잡한 장치를 덜어내기 시작했다. 화려한 기법보다 중요한 것은 재료가 가진 질감과 단맛의 중심을 얼마나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가였다. 이는 기술의 포기가 아니라, 기술을 충분히 이해한 이후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그 선택의 결과물이 가로수길의 디저트 공간 당옥이다. 이곳의 디저트는 과장된 장식 대신, 재료의 구조와 균형에 집중한다. 몽실타래 – 설계된 단맛 당옥
경기헤드뉴스 최보영 기자 | 신선함의 본질을 맛보다 도심 한복판, 청담동에서 ‘신선도’라는 단어가 이렇게 절실하게 다가온 적은 드물었다. 고기 맛을 논할 때 흔히 마블링이나 숙성, 혹은 두터운 감칠맛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도직한우는 그 모든 미사여구에 앞서 ‘신선함’이라는 본질을 이야기한다. 말 그대로 도축장에서 식탁까지 단절 없이 이어지는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물. 매일 아침 광주의 삼호축산에서 직송된 암소 한우는 공기와 빛에 노출될 틈도 없이 매장으로 도착한다. 고기의 붉은빛은 투명하고 선명하며,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질감을 품고 있다. 이 신선함은 단순히 시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고기를 다루는 방식, 보관과 해동의 절차, 온도 조절, 그리고 잘라내는 손놀림까지. 도직한우는 이 모든 단계에서 고기의 생명력을 지켜내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었다. 쌩고기 – 가장 순수한 형태의 감동 이 집의 대표 메뉴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쌩고기’다. 육사시미라 불리기도 하는 이 메뉴는 한우를 얇게 저며 생으로 내는 방식인데, 흔히 접하는 육회와는 또 다른 결의 세계를 보여준다. 얇게 썰린 고기는 입안에서 흘러내릴 듯 부드럽고, 씹을수록 육즙이 은은하게 퍼진다. 그 식감
경기헤드뉴스 최보영 기자 | 도곡여울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일본식 이자카야다. 바 테이블 중심의 구조를 갖춘 이 식당은 사시미와 생선구이, 튀김과 면 요리를 축으로 메뉴를 구성하며, 화려한 연출보다는 재료의 상태와 조리의 밀도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도곡여울의 음식은 강한 인상을 남기기보다, 반복해서 찾게 되는 기준점을 만드는 데 가까운 성격을 지닌다. 이 식당을 관통하는 태도는 명확하다. 일본 요리를 그대로 재현하려 하지 않고, 일본 요리가 오랫동안 축적해 온 절제와 균형, 그리고 판단의 감각을 자기 언어로 풀어낸다. 도곡여울의 요리는 이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첫 접시가 말해주는 방향 피조개 초된장 무침은 도곡여울의 출발점을 보여주는 메뉴다. 피조개의 탄력은 과하지 않으며, 씹는 순간 즉각적으로 튀어 오르기보다 천천히 되돌아오는 질감을 유지한다. 초된장은 산미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피조개가 가진 철분 향과 감칠맛을 덮지 않는 선에서만 작동한다. 이 접시는 강한 자극을 통해 인상을 남기기보다, 이후 이어질 요리의 흐름을 열어두는 역할에 충실하다. 담백함과 지방의 거리 흰살 사시미에 안키모가 곁들여진 접시는 도곡여울이 균형을 어떻
경기헤드뉴스 최보영 기자 | 서울에서 ‘오뎅’을 이야기할 때, 더 이상 타이키를 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 곳은 유행하는 메뉴를 빠르게 소비하는 식당이 아니라, 한 장르를 오래 붙들고 밀도를 쌓아온 공간이기 때문이다. 타이키는 이름부터 분명하다. 김태휘 대표의 이름에서 따온 상호로, ‘클 태(太), 빛날 휘(輝)’라는 뜻을 품고 있다. 이 이름은 단순한 차용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에 가깝다. 크지 않은 가게, 많지 않은 좌석, 복잡한 장식 대신 손끝의 정성과 설계된 감각으로 음식의 온기를 드러낸다. 김태휘 대표는 ‘정통’을 표방하지 않는다. 대신 구조를 이해하고, 재해석한다. 음식은 그에게 있어 손으로 구현하는 하나의 디자인 결과물이다. 이 집의 오뎅은 화려하지 않다. 그렇다고 단순하지도 않다. 무, 곤약, 계란, 바지락, 새우 오뎅, 유부와 두부를 활용한 수제 오뎅들까지, 기본 재료를 중심으로 구성되지만 각각의 식감과 온도, 국물 흡수의 정도가 치밀하게 계산돼 있다. 오뎅을 먹는 순서에 따라 국물의 인상이 달라지고, 술의 선택도 자연스럽게 바뀐다. 타이키에서 국물은 배경이 아니라 구조다. 다시의 농도는 과하지 않게 유지되며, 재료는 국물과의
경기헤드뉴스 최보영 기자 | 서울 양재천 뒷골목, 화려함 대신 단단한 감각이 숨어 있는 공간이 있다. 익숙한 건물과 거리 안쪽에서 문득 발견되는 식당 ‘엘쁠라또(El Plato)’는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맛을 통해 기억에 남는 집이다. 요란하지 않고, 차분하게 좋은 음식을 내놓는 이곳은 황재원 셰프가 중심에 선다. 엘쁠라또의 메뉴는 본질적으로는 스페인 요리를 기반에 두고 있지만, 전형적인 타파스 바의 분위기와는 결이 다르다. 그보다는 요리를 ‘차례대로 흐르게’ 만든 이의 손길이 느껴지는 구성이다. 식사는 재료의 조합과 조리의 타이밍, 테이블 위 분위기까지 포함해 마치 “어떤 대화”처럼 흘러간다. 연어의 말끔함으로 문을 열다 첫 접시는 연어 타르타르 스타일의 전채 요리. 고운 색감의 연어가 얇게 슬라이스되어 부드럽게 입 안을 감싸고, 산뜻한 크림과 감귤 계열의 향이 가볍게 균형을 잡아준다. 가볍게 시작하되, 심심하지 않은 질감과 맛. 시작부터 식사의 리듬이 정돈되는 느낌이었다. 로메인, 계란, 하몽이 주는 따뜻한 온기 두 번째 접시는 구운 로메인이었다. 그 옆에는 반숙 계란과 하몽이 서로를 느슨하게 지지해주는 듯한 구성. 불맛을 머금은 채소와 하몽의 깊이,
경기헤드뉴스 최보영 기자 | 빠르게 확장된 도시 판교 한복판, 느린 시간을 건네는 식당이 있다. ‘하루(HARU)’라는 단출한 이름을 내건 이곳은, 단지 소바를 파는 곳이 아니다. 음식을 통해 흐름을 설계하고, 손끝의 리듬으로 공간의 온도를 만들어가는 장소다. 이곳을 이끄는 이는 ‘소바 장인’으로 불리는 정준모 셰프다. 일본에서 요리를 수학한 그는 오랫동안 소바 하나에 천착해 왔고, 그 장인정신은 식사라는 일상의 장면을 한 끼의 수행으로 바꾸어 놓는다. 정준모 셰프, 장인정신으로 이어온 단일한 길 정 셰프는 용인 동백에서 소바와 덴푸라로 이미 마니아층을 형성한 인물이다. 국내에서도 보기 드물게 메밀 제분부터 제면, 숙성, 온도 조절까지 전 과정을 손으로 다루는 ‘쇼쿠닌(職人)’의 정신을 지닌 조리인이다. 그는 최근 판교로 자리를 옮겨, 보다 정제된 공간에서 자신의 조리 철학을 더 넓은 손님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하루의 공간은 오픈 키친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입구의 노렌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일본의 소바집에 들어선 듯 정숙한 분위기가 펼쳐진다. 조명은 과하지 않고, 주방에서는 불필요한 소음 없이 칼질과 면 뽑는 소리가 중심이 된다. 이 모든 배경
경기헤드뉴스 권민성 기자 | 세계 주요국이 수소 투자를 앞다퉈 늘리는 사이 한국은 오히려 관련 예산을 줄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그동안의 집행 실적에 맞춰 예산을 현실화한 것일 뿐, 단순한 지원 축소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2027년 예산안에 따르면 수소전기차 보조금은 올해 5,762억 원에서 내년 4,457억 원으로 약 23% 줄었다. 수소충전소 구축 지원 예산도 1,897억 원에서 1,197억 원으로 약 37% 감소했다. 수소차 보조금은 2025년 7,218억 원을 정점으로 2년 연속 줄어드는 흐름이다. 기후부는 예산을 실제로 쓰이는 수준에 맞췄다는 입장이다. 방송 보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수소차 보조금 사업의 실집행률은 20~50% 수준이었고, 지난해 수소충전소 사업 집행률은 30%에 머물렀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는 2024년 8월 기준 수소차 보급 사업의 예산집행률이 26%에 그쳤다고 지적한 바 있다. 수소충전소 사업도 2025년 8월 말 기준 민간 부문 실집행률이 9.4%에 머물렀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면 기업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며, 예측 가능한 지원 방향을 보여 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소는 차
경기헤드뉴스 권민성 기자 | 전체 고용 지표는 좋아졌는데, 청년만 그 흐름에서 비켜서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9일 발표한 '2026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64세 고용률은 70.4%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올랐다. 8월 기준으로 70%를 넘은 것은 1989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이다. 취업자도 2,915만1,000명으로 18만4,000명 늘었다. 다만 다른 달을 포함한 절대 수치로는 이전에도 70%를 넘긴 적이 있어, '8월 기준' 최고 기록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문제는 연령대별 격차다. 통계상 15~29세를 청년으로 볼 때 지난달 청년 고용률은 44.1%로 1.0%포인트 떨어졌다. 2024년 5월 이후 28개월 연속 하락이다. 청년 취업자는 14만3,000명 줄어 46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고, 실업률은 5.4%로 0.5%포인트 올라 2022년 8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반면 30대 고용률은 81.1%로 0.3%포인트 오르며 되레 상승했다. 첫 일자리로 들어서는 문이 좁아졌다는 신호다. 현장의 체감도 다르지 않다. 패션업계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장은선 씨는 주중에 졸업 작품과 자격증 준비를 하고, 주말에는 1년째 인
경기헤드뉴스 권민성 기자 | 주인 없는 무인 전자담배 매장에 청소년이 드나든다는 우려가 이어져 온 가운데, 정부가 아예 문턱을 넘지 못하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성평등가족부는 무인 형태로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업소를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로 지정하는 고시 제정안을 9월 14일부터 10월 6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배경에는 담배사업법 개정이 있다. 4월 24일 시행된 개정법이 담배의 정의를 '연초나 니코틴'을 원료로 한 것으로 넓히면서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도 법적 담배가 됐다. 1988년 법 제정 이후 37년 만의 변화다. 현행법상 청소년에게 전자담배 기기나 액상을 팔 때는 나이와 본인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지만,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무인 매장에서는 신분증을 직접 대조할 방법이 없다. 기계 인증 역시 위·변조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매 단계만 막아서는 한계가 있으니 출입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적용 대상은 업주나 종사자가 상주하지 않고 자동판매기 등을 통해 전자담배 기기장치류와 전용 액상을 파는 업소다. 고시가 확정되면 이들 점포는 청소년보호법상 출입·고용금지업소로 묶인다. 물건을 사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 청소년이 아르바이트
경기헤드뉴스 권민성 기자 | 먼저 청년 주거 지원의 폭이 넓어진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서 주는 청년 전세대출 보증의 대상 연령이 이달부터 만 34세 이하에서 만 39세 이하로 확대된다. 나이 제한에 걸려 지원을 받지 못했던 30대 후반 무주택 청년도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소득 요건은 연 7천만 원 이하가 그대로 적용되고, 신혼부부는 부부 합산이 아니라 한 사람의 연소득이 7천만 원 이하인지로 판단한다. 신혼부부와 자녀가 있는 가구의 대출 한도는 기존 최대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늘어난다. 보금자리론의 이른바 '결혼 페널티'도 완화된다. 지금은 미혼이면 연소득 7천만 원 이하, 무자녀 신혼부부는 부부 합산 8,500만 원 이하여야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결혼 뒤 소득을 합치면 대상에서 빠지는 일이 생기고, 집을 살 때까지 혼인신고를 미루는 사례도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결혼으로 생기는 제도상 불이익을 점검하라고 지시한 데 따라, 오는 19일부터는 부부 합산 소득이 기준을 넘더라도 부부 중 한 명의 연소득이 7천만 원 이하이면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다. 여행 계획 세우기도 한결 수월해진다. 이번 달부터 철도 승차권을 열차 출발 두 달
경기헤드뉴스 권민성 기자 | 재정경제부가 2027년 예산안의 핵심 사업 네 가지를 '경제 치트키'라는 이름으로 소개했다. 어려운 용어와 복잡한 숫자를 덜어내고 국민 눈높이에서 설명하겠다는 취지다. 재경부 설명 영상에 '예산 1타 강사'로 나선 박경찬 씨는 먼저 예산 규모를 짚었다. 일반회계 기준 2027년 재경부 예산은 1.6조원이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 부처치고는 작은 편이다. 부처들이 함께 만든 산업·고용·국토 정책이 결국 해당 부처 예산으로 구체화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공공자금관리기금,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등 기금까지 합하면 재경부의 전체 예산은 39조7000억원이다. 첫 번째 치트키는 '한국판 전략형 국부펀드'다. 박 씨는 노르웨이·싱가포르 등 해외 국부펀드를 벤치마킹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한국투자공사라는 국부펀드가 있지만, 외국 자산에 외화로만 투자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한국투자공사에 전략투자계정을 새로 만들어 AI·반도체·로봇·바이오 같은 국내 전략산업에 직접 투자하게 한다. 단기 성과를 좇는 민간 투자와 달리, 유망 기업이 장기 기술개발에 몰두하도록 곁을 지키는 역할이다. 투자 수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