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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키 – 오뎅이라는 장르의 밀도를 높이다

경기헤드뉴스 최보영 기자 |

서울에서 ‘오뎅’을 이야기할 때, 더 이상 타이키를 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 곳은 유행하는 메뉴를 빠르게 소비하는 식당이 아니라, 한 장르를 오래 붙들고 밀도를 쌓아온 공간이기 때문이다.

 

타이키는 이름부터 분명하다. 김태휘 대표의 이름에서 따온 상호로, ‘클 태(太), 빛날 휘(輝)’라는 뜻을 품고 있다. 이 이름은 단순한 차용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에 가깝다. 크지 않은 가게, 많지 않은 좌석, 복잡한 장식 대신 손끝의 정성과 설계된 감각으로 음식의 온기를 드러낸다.

김태휘 대표는 ‘정통’을 표방하지 않는다. 대신 구조를 이해하고, 재해석한다. 음식은 그에게 있어 손으로 구현하는 하나의 디자인 결과물이다.

 

이 집의 오뎅은 화려하지 않다. 그렇다고 단순하지도 않다. 무, 곤약, 계란, 바지락, 새우 오뎅, 유부와 두부를 활용한 수제 오뎅들까지, 기본 재료를 중심으로 구성되지만 각각의 식감과 온도, 국물 흡수의 정도가 치밀하게 계산돼 있다. 오뎅을 먹는 순서에 따라 국물의 인상이 달라지고, 술의 선택도 자연스럽게 바뀐다.

타이키에서 국물은 배경이 아니라 구조다. 다시의 농도는 과하지 않게 유지되며, 재료는 국물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얻는다. “다시와 잘 어울리면 그게 오뎅입니다.”라는 김 대표의 말은 이 집을 가장 정확히 설명하는 문장이다. 이곳에서는 어떤 재료도 혼자 튀지 않는다. 모두가 국물이라는 공통의 언어 안에서 균형을 이룬다.

 

사케 구성 또한 이 집의 정체성을 강화한다. 타이키에서는 사케를 병이 아닌 잔으로 제안한다. 한 가지 술을 끝까지 마시는 방식이 아니라, 잔술을 통해 미각의 흐름을 만든다. 드라이한 계열로 시작해 부드러운 단맛으로 이동하고, 쌀 품종이나 효모가 다른 사케로 확장된다. 술을 ‘판매’하기보다는, 취향을 발견하게 하는 방식이다. 오뎅과 사케가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같은 속도로 걸어간다.

공간 역시 음식의 연장선에 있다. 입구의 노렌은 김 대표가 직접 손바느질로 만들었고, 내부에 걸린 그림 또한 그의 작업이다. 음악은 일본의 올드팝과 엔카 위주로 흐르며, 바의 폭은 일부러 좁게 설계됐다. 손님과 주방, 손님과 손님 사이의 거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식사는 혼자만의 경험이 아니라, 같은 공기를 공유하는 시간에 가깝다.

 

메뉴의 끝에는 뜻밖의 접시가 등장한다. 일본 캐릭터 접시에 담긴 미트볼 스파게티다. 볼로네제 소스의 밀도,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의 풍미가 분명한 이 접시는, 김 대표의 어린 시절 경양식에 대한 기억에서 출발했다. 정교하게 설계된 오뎅 뒤에 놓인 이 한 접시는, 이 공간이 얼마나 개인적인 기억 위에 세워졌는지를 보여준다.

김태휘 대표는 말한다. “반짝 주목받는 가게보다, 오래 찾게 되는 가게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타이키는 지금 가장 예약이 어려운 오뎅바 중 하나가 되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유행을 좇지 않았고, 장르를 가볍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이키는 오뎅의 정의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대신 오뎅이라는 장르의 밀도를 높인다. 국물과 재료, 술과 그릇, 공간과 기억이 같은 속도로 축적된다. 그래서 이 집의 한 그릇은 오래 남는다. 서울에서 오뎅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몇 안 되는 장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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