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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탐닉

[미식칼럼] 묵전 – 전과 막걸리, 도심에서 이어지는 한국 술상의 구조

한방수육과 부침, 그리고 발효주가 완성하는 균형의 미학

경기헤드뉴스 성미연 기자 |

막걸리와 수육, 한국 술상의 출발점

 

서울 신사동 골목 안에 자리한 묵전의 상은 요란하지 않다. 그러나 그 위에 놓인 막걸리 주전자와 둥근 잔, 그리고 도마 위에 가지런히 놓인 한방수육은 한국 술상의 오래된 문법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막걸리는 오랫동안 농주의 이미지에 묶여 있었다. 쌀을 발효해 빚은 이 탁주는 서민의 술로 소비되었고 도시적 세련됨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최근 전통주에 대한 재해석이 이루어지면서 막걸리는 다시 식탁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그 변화의 핵심은 술 자체가 아니라 술과 함께 놓이는 음식의 구조에 있다.

 

 

한방수육은 강하게 양념하지 않는다. 삶는 조리법을 통해 지방과 살코기의 층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육즙을 붙잡은 채 부드럽게 풀어낸다. 한방 향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배경에 머문다. 이 담백함이 막걸리의 은은한 산미와 맞물리며 기름의 무게를 정리한다. 술이 맛을 덮지 않고 흐름을 이어주는 방식, 이것이 한국 술상의 시작점이다.

 

감자전과 미나리전, 부침의 두 결

 

묵전의 술상에서 전은 중심을 이룬다. 감자전과 미나리전은 같은 부침이지만 결이 다르다.

 

 

감자전은 전분의 밀도로 완성된다. 기름 위에서 눌리듯 익으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식감을 만든다. 이 고소함은 막걸리와 만나면서 정리된다. 기름의 밀도는 발효주의 산미를 만나 가벼워지고, 전분의 응축된 맛은 술 한 모금으로 다시 열린다.

 

 

반면 미나리전은 향이 먼저 올라온다. 부침 옷은 얇고, 미나리 특유의 초록 향이 입안을 스친다. 감자전이 무게를 담당한다면, 미나리전은 여백을 남긴다. 한국 술상은 한 방향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무게와 가벼움, 고소함과 쌉쌀함이 한 상 안에서 교차한다. 이 대비가 술자리의 시간을 길게 만든다.

 

도토리묵무침, 술상의 리듬을 바꾸는 장치

 

도토리묵무침은 상의 온도를 낮춘다. 탱글한 묵과 채소, 고추장 양념의 산뜻함은 수육과 부침 중심의 상차림에 새로운 리듬을 더한다. 한국 술상에는 늘 질감의 대비가 존재한다. 부드러움과 탄력, 바삭함과 촉촉함, 기름과 산미가 번갈아 등장한다. 한 상 안에 다양한 식감이 교차하면서 술은 과하지 않게, 그러나 분명하게 존재한다.

 

 

외국인 방문객들이 전과 막걸리를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려한 코스 요리보다 이런 술상은 한국인의 일상적 음주문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부침 한 점과 막걸리 한 잔의 단순한 동작이 곧 문화적 체험이 된다.

 

묵전은 새로운 것을 내세우기보다 오래된 조합을 현재의 도시 안에서 유지한다.

전과 막걸리의 술상은 유행이 아니라 구조이며, 그 구조는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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