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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의 판단으로 완성한 일본식 이자카야

경기헤드뉴스 최보영 기자 |

도곡여울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일본식 이자카야다. 바 테이블 중심의 구조를 갖춘 이 식당은 사시미와 생선구이, 튀김과 면 요리를 축으로 메뉴를 구성하며, 화려한 연출보다는 재료의 상태와 조리의 밀도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도곡여울의 음식은 강한 인상을 남기기보다, 반복해서 찾게 되는 기준점을 만드는 데 가까운 성격을 지닌다.

 

이 식당을 관통하는 태도는 명확하다. 일본 요리를 그대로 재현하려 하지 않고, 일본 요리가 오랫동안 축적해 온 절제와 균형, 그리고 판단의 감각을 자기 언어로 풀어낸다. 도곡여울의 요리는 이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첫 접시가 말해주는 방향

 

피조개 초된장 무침은 도곡여울의 출발점을 보여주는 메뉴다. 피조개의 탄력은 과하지 않으며, 씹는 순간 즉각적으로 튀어 오르기보다 천천히 되돌아오는 질감을 유지한다. 초된장은 산미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피조개가 가진 철분 향과 감칠맛을 덮지 않는 선에서만 작동한다. 이 접시는 강한 자극을 통해 인상을 남기기보다, 이후 이어질 요리의 흐름을 열어두는 역할에 충실하다.

담백함과 지방의 거리

 

흰살 사시미에 안키모가 곁들여진 접시는 도곡여울이 균형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메뉴에서 중요한 것은 어종의 이름이나 재료의 희소성이 아니다. 담백한 흰살 위에 얹힌 안키모는 분명한 농도를 지니지만, 무겁게 흐르지 않는다. 지방은 흰살의 결을 압도하지 않고, 그 위를 따라 자연스럽게 퍼진다. 이 조합에서 느껴지는 완성도는 재료 자체보다 지방을 다루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불을 드러내지 않는 구이

 

옥돔구이는 도곡여울의 불 사용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메뉴다. 껍질은 튀김에 가깝게 바삭하게 구워 향을 끌어올리고, 속살은 수분을 잃지 않은 채 유지된다. 불은 분명히 개입하지만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옥돔 특유의 단단한 살결은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으며, 불의 역할은 재료를 돋보이게 하는 데 그친다. 이 구이는 잘 구운 생선이라는 표현보다, 불필요한 개입을 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남긴다.

 

오너 셰프 한대화의 판단

 

도곡여울을 이끄는 한대화 오너 셰프의 요리는 기술을 드러내기보다 멈추는 지점을 정확히 선택하는 데서 힘을 얻는다. 사시미는 더 숙성하지 않고, 구이는 더 태우지 않으며, 양념은 더 얹지 않는다. 이러한 절제는 소극적인 선택이 아니라, 요리의 방향을 분명히 인식한 결과에 가깝다. 그의 요리에서는 무엇을 더할 것인가보다,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반복해서 드러난다.

 

형식이 아닌 태도로 남는 일본다움

 

도곡여울에서 느껴지는 일본다움은 외형이나 장치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소란스럽지 않은 바 테이블, 요리에 집중할 수 있는 거리감, 말수가 적은 접객 방식까지 모든 요소는 음식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존재한다. 이 식당의 일본다움은 형식이 아니라 태도에 가깝다.

 

도곡여울은 일본을 흉내 내지 않는다. 대신 일본 요리가 오랫동안 지켜온 절제와 균형, 그리고 판단의 감각을 자기 리듬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이곳의 음식은 강하게 각인되기보다 천천히 기준으로 남는다. 도곡동에서 일본식 이자카야를 이야기할 때 도곡여울이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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