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헤드뉴스 성미연 기자 |
노을
시 : 성미연
작열하던 태양이 제 가야 할 때를 알고 물러날 준비를 하는 시간.
달빛이 들어올 순서를 비집고 그 자리에 슬쩍 노을이 대신 들어앉는다.
하루의 잠시를 틈내 살다 갈 생명력 치고는 참으로 대단한 존재감이다.
그래서 그 많은 싯구절과 노래 가사에서 노을을 운운했던 걸까.
노을을 통해 몇 수의 존재 방식을 배운다.
오래도록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게 머무르는 것.
가치 있게 존재하는 것.
저 노을을 보아라.
손닿지 못할 수천광년 위 천상으로부터 내려와
천진하게 맑았던 호수마저도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물들어라. 호수야
물들어 주어라. 너그러이.
오래 머물지도 못하고 곧 침몰해 갈 저 노을빛에게
잠시 머물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갈 저 노을빛에게,
억울한 맘 품지 말고 물들어 주어라.
저 노을 지고 난 후면, 너야 다시 맑은 물빛으로 되돌아 올 터이지만
저 핏빛 노을, 네 품속으로 수몰해 죽어갈 터이니
짧은 시간 잠시라도 너의 맑은 물빛,
핏빛 되어 품어 안아 주어라.
그러니 핏빛 노을아
조금만 더 머물렀다 가거라.
내 너와의 짧은 인연이 못내 아쉽고 서럽구나.
또 다시 떠오를 내일의 핏빛 노을은 너가 아니고 다른 아이일 터,
오늘이 너와의 마지막 인연이구나.
매일이 너와의 마지막 인연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