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6.6℃
  • 구름많음강릉 6.4℃
  • 구름많음서울 7.6℃
  • 구름많음대전 7.9℃
  • 구름많음대구 7.1℃
  • 구름많음울산 9.1℃
  • 연무광주 7.7℃
  • 맑음부산 11.5℃
  • 맑음고창 6.7℃
  • 맑음제주 9.1℃
  • 구름많음강화 6.5℃
  • 구름많음보은 5.8℃
  • 구름많음금산 6.4℃
  • 구름많음강진군 9.4℃
  • 구름많음경주시 9.5℃
  • 맑음거제 10.0℃
기상청 제공

공간탐닉

[미식칼럼] 시칠리 – 남부 이탈리아의 햇빛을 담은 한남동의 식탁

경기헤드뉴스 최보영 기자 | 

지중해의 향을 접시에 담다 — 호박꽃 튀김과 송이버섯 파스타, 전갱이 파스타로 읽는 ‘시칠리’의 요리 철학

 

남부 이탈리아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

 

서울 한남동에는 다양한 레스토랑이 모여 있지만, 이름만으로도 방향성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식당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중에서도 ‘시칠리(Sicili)’라는 이름은 꽤 명확하다.

 

시칠리는 이탈리아 남부, 지중해 한가운데 자리한 섬이다.

유럽과 북아프리카, 그리고 중동의 문화가 오랫동안 교차하며 형성된 음식 문화는 이탈리아 본토와도 미묘하게 다르다. 올리브 오일, 해산물, 토마토, 허브가 중심이 되는 요리. 강렬하면서도 햇빛을 머금은 듯 밝은 맛이 특징이다.

 

한남동 골목에 자리한 이 작은 레스토랑은 바로 그 남부의 감각을 요리에 담아낸다.

과장된 연출이나 장식적인 플레이팅보다, 재료의 향과 균형을 중심에 둔 요리가 이어진다.

 

 

호박꽃 튀김 – 남부 이탈리아의 초록 향

 

호박꽃 튀김은 남부 이탈리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리다.

꽃 안에 치즈나 허브를 넣어 튀기거나, 가볍게 반죽을 입혀 바삭하게 익힌다. 단순한 요리처럼 보이지만, 재료의 향과 튀김의 온도 균형이 중요하다.

 

시칠리의 호박꽃 튀김은 속에 바질을 넉넉하게 채워 향을 강조한다.

입 안에 넣는 순간 바삭한 튀김옷이 먼저 깨지고, 곧이어 바질 특유의 초록 향이 퍼진다.

 

곁들여 나온 방울토마토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토마토의 산미가 튀김의 기름기를 정리하며 전체 맛의 리듬을 밝게 만든다.

 

지중해 요리가 가진 특징—가볍고 향기로운 시작—을 잘 보여주는 접시다.

 

 

송이버섯 파스타 – 향으로 완성되는 요리

 

다음으로 등장한 송이버섯 파스타는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접시에 얇게 슬라이스된 송이가 넉넉히 올려져 있고, 포크를 들기 전부터 향이 먼저 올라온다. 송이는 향이 강한 식재료다. 잘못 다루면 요리 전체를 압도하기 쉽다.

 

하지만 이곳의 파스타는 송이의 향을 과장하지 않는다.

 

버터와 버섯의 감칠맛이 면에 스며들고, 송이의 향은 그 위에서 천천히 퍼진다.

면을 들어 올릴 때마다 은은한 숲의 향이 이어지는데, 그 농도가 과하지 않아 오히려 더 길게 남는다.

이 접시는 셰프가 재료의 향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준다.

강한 향을 억누르지 않고, 그렇다고 과시하지도 않는 방식. 그 균형이 이 요리의 매력이다.

 

 

전갱이 파스타 – 시칠리의 바다를 담은 한 접시

 

이 곳의 가장 인상적인 요리는 단연 전갱이 파스타다.

 

전갱이는 지중해 요리에서 자주 등장하는 생선이다. 지방이 적당하고 감칠맛이 깊어 파스타 소스에 녹여내기 좋다.

 

이 파스타에는 잘게 다진 전갱이 살이 들어가 있고, 그 위에는 시칠리안 크럼블이 얹혀 있다.

빵가루를 볶아 만든 크럼블은 시칠리아 요리에서 종종 ‘가난한 사람의 치즈’라고 불린다. 치즈 대신 식감을 더하는 방식이다.

 

전갱이의 감칠맛, 토마토의 산미, 올리브 오일의 풍미가 겹겹이 쌓이면서 바다의 깊은 맛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크럼블의 고소한 식감이 더해지며 한 접시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화려한 장식 없이도 식당의 방향을 설명할 수 있는 요리.

이 접시가 바로 시칠리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준다.

 

지역의 맛을 전하는 식당

 

이탈리아 요리는 흔히 지역의 요리라고 말한다.

 

같은 파스타라도 어디에서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북부는 버터와 크림이 중심이고, 남부는 올리브 오일과 해산물이 중심이다.

 

한남동의 시칠리는 바로 그 남부의 감각을 비교적 또렷하게 표현하는 식당이다.

화려한 테크닉보다 재료의 향과 균형을 중심에 둔 요리.

 

서울 한복판에서 잠시 지중해의 공기를 느끼고 싶다면, 이 작은 레스토랑을 기억해두어도 좋을 것이다.



BEST 영상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