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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칼럼] 개포동 앨리스 와인비스트로 – 조용히 완성도를 쌓아가는 와인바

개포동에서 만나는 ‘안정된 미식’의 기준

경기헤드뉴스 최보영 기자 | 

개포동의 조용한 도로변, 화려한 간판보다 ‘익숙한 손길’이 먼저 떠오르는 와인바가 있다. 앨리스 와인비스트로. 이곳은 큰 이벤트를 만들지 않아도 오래 기억되는 집이며, 단골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적용되는 몇 안 되는 공간이다.

요즘처럼 취향의 속도가 빠르고 레스토랑의 방향성이 자주 흔들리는 시대에, “언제 가도 비슷한 완성도를 기대할 수 있는 집”은 오히려 드물다. 앨리스는 그 신뢰를 꾸준히 축적해온 공간이다.

 

 

한 접시가 만드는 설계된 균형

 

테이블 위에 먼저 놓이는 시그니처 플래터는 이 집의 방향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16시간 수비드로 부드럽게 익힌 아롱사태, 담백하게 조리된 해산물, 그리고 미나리무침과 갓김치, 감태김까지. 구성은 다채롭지만 각각이 튀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 집의 특징은 ‘덜어내는 조리’에 있다. 간은 과하지 않고, 지방감은 조절되어 있으며, 각각의 요소는 와인과의 호흡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결국 이 플래터는 단순한 모둠 구성이 아니라, 이 공간이 추구하는 밸런스의 축소판에 가깝다. 

 

 

단순한 재료, 정교한 결과 – 당근 라페

 

눈에 띄는 화려함 대신, 오히려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당근 라페와 같은 접시다.

잘게 채 썬 당근에 레오나르디 화이트 발사믹과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더한 구성. 여기에 은은한 감귤류의 향이 겹쳐지며 산뜻함을 만든다.

자칫 단순해 보일 수 있는 조합이지만, 산도와 오일의 균형, 그리고 당근의 자연스러운 단맛이 정교하게 맞물린다.

이 접시는 식사의 흐름을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하면서도, 동시에 이곳의 조리 감각을 가장 담백하게 드러낸다.

 

 

계절을 담는 방식 – 부라타와 과일

 

계절 과일과 함께 내어지는 부라타 역시 이 집의 중요한 축이다.

과일의 수분감과 산미, 그리고 부라타의 크리미한 질감이 겹쳐지며 입안에서 자연스럽게 풀린다. 화이트 발사믹과 올리브오일은 그 사이를 잇는 역할을 하며, 과도한 장식을 배제한 채 재료 본연의 흐름에 집중한다.

이 접시는 ‘계절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이 집의 태도를 보여준다. 화려하게 꾸미기보다, 조합 자체로 완성도를 만든다.

 

와인을 위한 음식, 음식을 위한 와인

앨리스 와인비스트로의 또 하나의 강점은 와인의 구성 방식이다.

특정 와인을 강조하기보다, 다양한 스타일을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열어두는 구조. 피노 누아부터 화이트, 내추럴 와인까지 폭넓게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음식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곳에서는 와인이 주인공이 되기보다, 음식과 함께 균형을 이루는 요소로 기능한다. 그리고 그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이 공간의 핵심이다.

 

 

오래 가는 집의 조건

 

앨리스 와인비스트로는 화려한 한 접시로 기억되는 공간이 아니다. 대신, 여러 번의 방문이 쌓이며 신뢰로 남는 집이다.

과하지 않은 조리, 흐름을 고려한 구성, 그리고 와인과의 조화까지. 모든 요소가 안정적으로 맞물리며 ‘다시 찾게 되는 이유’를 만든다.

결국 좋은 식당은 한 번의 인상보다,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완성된다. 앨리스는 그 과정을 조용히, 그러나 정확하게 이어가고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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