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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조사원 제도, 장점이 훨씬 많다.

아무리 억울해도 경찰이나 검찰의 결과에 무조건 승복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제도

 

A씨는 “행복을 드립니다. - 누군가를 찾으십니까?, 사실을 확인하고 싶습니까? 궁금한 문제를 해결해 드리겠습니다”라는 광고를 보고 당장 전화를 했다. 얼마 전 동생의 죽음을 자살로 처리한 경찰의 조사결과가 도저히 믿기지 않아 동생의 미심쩍은 자살 사건에 대해 더 알고 싶었지만 경찰 조사결과가 발표된 후라 딱히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B씨는 최근 교통사고를 당했다. 상대방의 과실이 분명한 것 같은데, 경찰이 자신에게 과실로 처리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C씨는 회사를 경영하던 중 사세 확장을 위해 갑 회사와 합병하려고 한다. 그러나 상대 회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 그 회사의 신용관계를 알고 싶다.

 

보험회사의 보상과에 다니는 직원 D씨는 자신의 고객이 다른 보험 몇 군데를 가입해 같은 사고로 보험금을 수령한 사실을 확인하고 보험사기를 의심하고 있지만 딱히 조사할 여력이 없다.

위와 같은 사례는 우리의 주변에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 일들이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외국에서는 어떻게 해결할까?

 

미국, 호주는 물론 유럽 국가들에서는 위와 같은 광고 문구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민간조사원 또는 사설탐정이라는 직업이 있어 그들에게 계약을 체결하고 합법적으로 일의 진상을 밝혀줄 것을 주문하여 증거를 찾아 볼 수 있기에 그들에게 의존하여 일을 해결하기도 한다.

 

우리는 위와 같은 일에 닥쳐 그 사실의 진상을 알고자 할 때 어디를 찾는가? 오로지 경찰과 검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수사권은 국가의 독자적인 권한이다. 그리고 그 수사권은 공익을 위해서만 행사하는 것이므로 개인적인 친분이나 연고 때문에 행사할 수도 없다. 오로지 경찰만을 믿고 해결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경찰이나 검찰의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통해 경찰도 검찰도 사건을 조작하여 무고한 시민을 범죄자로 만들어 버리는 일들을 무수히 보아왔다. 검찰이나 경찰들이 정의의 사도만은 아니며, 그들 중에서는 악마의 손을 갖고 있는 자들도 있다는 사실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나라에서는 민간조사원(탐정) 업체가 없는가? 그것은 현행 법체계 안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엄격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정보 수집이 어렵고, 법률사무를 취급하다보면 잘못하면 변호사법 위반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변호사법 제 109조에는 변호사가 아닌 자가 비용을 받고 법률사건에 대하여 대리, 감정, 중재, 화해, 청탁, 법률상담, 법률서류 작성 뿐 만 아니라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알선하는 행위까지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들은 무려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을 두고 있다.

 

과거의 흥신업을 규율하던 흥신업 단속법은 신용조사업법으로 대체된 후 현재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로 정비되어 신용정보회사의 설립 근거법이 되고 있다. 경제적인 영역에 한정하여 조사업무를 허용하고 있는 법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범죄나 불법행위 등에 대한 조사, 부동산 또는 동산에 대한 책임의 원인과 근거 조사, 특정 개인이나 조직·사회분야·단체 등의 확인, 신용정도의 조사, 행방불명자·은닉재산 추적관계·거래 등에 대한 조사 등 광범위한 영역에 민간조사원을 활용하고 있는 주가 대부분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사회적 발전과 함께 민간조사업법을 이미 마련하여 전문분야에 따라 법률민간조사업, 경제민간조사업, 기업민간조사업, 보험민간조사업, 의료민간조사업, 경비민간조사업 등의 사업을 허용하고 있다.

 

민간조사원제도가 활성화 된다면 시민의 안전과 권리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고, 수사기관의 업무를 경감시켜 경찰수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며, 이로부터 국가의 비용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변호사들과 협력한다면 변호사들의 증거능력을 더욱 향상 시킬 수 있고. 민간조사업이 활성화 된다면 사회적 자원을 적재적소 활용하여 일자리 창출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그 동안 국회에서는 10여 치레의 민간조사원법(약칭)의 발의가 있었지만 변호사 협회를 비롯한 반대론자들의 반대로 본회의 상정조차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반대의 이유란 과거의 민간조사원 역할을 해왔던 흥신소의 불법적인 사생활 침해 사례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또한 퇴직 공무원들의 생계수단이 될 거라고 하거나, 변호사법과 충돌하여 직무 침해에 대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흥신소의 사생활 침해 사례는 어디까지나 개인정보보호법이 없었던 때의 예기이며, 퇴직 공무원들의 생계수단으로 전락한다는 우려는 오히려 전문적인 사회자원을 활용한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고, 조사원의 자격 요건을 어떻게 규정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결국 변호사법 위반의 문제가 발생하나 이는 민간조사원과 변호사들 상호 간에 윈 윈 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미국과 같은 모범적인 민간조사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변호사들이 민간조사원의 협력을 얻어 증거를 수집하고 정보를 활용하여 소송에 임하는 일이 팽배해 있다.

 

이제는 민간조사원제도를 도입할 만한 사회적 여건의 성숙은 되어있다. 경찰은 조사 의뢰에 대하여 인력 부족을 호소할 필요도 없다. 경찰 스스로도 제도의 도입에 긍정하는 여론이 77%에 이른다는 보고서도 있다.

 

오늘날 민간조사원뿐만 아니라 각종의 국가적인 사업을 민간과 협력하거나 민간에 의존하여 수행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다. 어려운 용어일지 모르지만 민간 자원을 활용하여 국가목적을 달성하려는 ‘보장국가’라는 단어까지 일반화되어 있는 실정에 있다.

 

우리는 경찰업무를 민간이 수행하는 청원경찰제도나 경비업을 엄격한 규제 아래 허용하고 있고 또 성공적으로 정착되어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민간조사원 제도 역시 경찰 업무를 보조하는 것이 핵심이므로 이러한 제도적 경험을 살려 엄격한 규제 아래 민간조사원 제도가 도입되어 시민의 안전과 권리보호를 더욱 강화하여야 한다.

 

결국 법과 제도란 기득권 세력과 새로이 진입하려는 세력 간의 갈등을 극복하여 탄생한다. 시민의 안전과 권리보호라는 공공선의 실현을 위해서 민간조사원제도의 도입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반대는 그 명분이 약해 보인다.

 

하루 빨리 민간조사원 제도가 도입되어 시민들이 억울한 일을 격지 않는 안전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승훈 경찰행정학과 교수(동신대학교 사회개발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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