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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철부어(涸轍鮒魚)의 장발장을 도운 오산경찰서의 “의로운 사람 서영준 경위”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감긴 서릿발 칼날 진 세상에서 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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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헤드뉴스 성미연 기자 |

우리나라 속담 중에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에는 두 가지의 깊은 뜻이 있다. 첫 째는, 제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스승 없이 성장할 수 없음이고, 둘째는 삭발할 때 사용하는 삭도가 칼날이 크고 날카로워 혼자 다루기 힘들어서 반드시 누군가가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상살이도 삭발하듯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해야 한다.

 

오산경찰서 소속 형사과 서영준 경위는 최근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잠긴 붕어 같은 처지라는 뜻의 학철부어(涸轍鮒魚)처럼 속수무책 복지사각지대로 내몰린 시민을 도와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어 화제다.

 

서영준 경위는 조심스럽게 “지난 구정 무렵 인근 파출소에서 절도범으로 인계 받은 김 모 양(30세)은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심한 학대를 받아 대인 관계가 원활하지 않았으며 성격도 폐쇄적인데다 많이 어두워 보였다”고 말을 꺼냈다.

 

생계형 절도(단팥빵) 전과 1범이었던 그녀는 이번에도 동네 슈퍼에서 배가 고파 우유 한 팩과 치즈 하나를 훔치다 경찰서로 이관되어 온 상황이었다.

 

서 경위는 “품에 김을 꼭 끌어안고 두려워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본인 이름 석 자 하나도 말 못하는 모습에 마음이 쓰였으며 젊은 사람이 왜 경제 활동을 안 하는지 궁금했다”고 한다.

 

 

어렵게 조사를 해가던 중 알게 된 사실이 “부모의 이혼으로 청소년 때 고령의 할머니(80대)와 둘이 생활하게 된 김 모 양은 할머니의 주소로 이적하면서 할머니가 기초생활수급대상에서 제외되어 생활이 어려워졌는데 엎친데 겹친 격으로 작년 코로나 때문에 할머니의 날품 일도 끊겨 더 궁핍한 생활을 했었던 것 같았다”고 말을 이어갔다.

 

김 모양은 어린 시절 부모의 학대와 학창시절 집단 따돌림을 당하면서 대인 기피증과 조울증으로 건강하고 원만한 사회생활이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에 서 경위는 “상담을 하면 할수록 조금만 환경을 바꿔준다면, 그리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준다면, 조금만 앞길을 터주어 당당히 걸어 나갈 수 있게 도와준다면, 생계형 절도는 더 이상 하지 않을 거라는 대상자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며 “나이는 30세 이지만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못했던 대상자는 마음이 10대 학생처럼 순수했다”고 말했다.

 

본인이 휴대폰을 사용하게 되면 할머니가 요금을 내야하는 것이 송구해 10년 넘게 휴대폰도 사용하지 않았으며 버스 요금이 없어 먼 거리도 늘 걸어 다녔다는 김 모양.

그런 그녀에게 건강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동료 경찰과 함께 휴대폰 개통을 해주고 취업 알선도 직접 해주면서 두 번 점심을 같이 하게 되었다는 서 경위.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피자나 스파게티도 아니고 그냥 순대국과 소머리해장국을 사 줬는데 처음 먹어 본 음식이라고, 외식을 처음 해보는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가슴이 아파 말이 나오지 않았다”며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말도 안 되는 열악한 환경과 궁핍한 생활에 노출되어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해 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김 모양과의 인연은 오산경찰서 형사과의 선도 프로젝트처럼 진행됐다.

 

‘장발장’이라는 사회의 낙인에도 불구하고 아무 말 없이 취업에 도움을 준 지역의 모 기업체도,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던 시민의 침묵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마음을 열게 하여 바른 길로 인도한 오산경찰서의 형사과 직원들이 보여준 자세는 의로움 그 자체이다.

 

동료 경찰은 서 경위에 대해 "필요하면 부족하더라도 어떻게든 채워주고, 필요한 손길엔 힘껏 도와주고, 어렵고 어두운 구석을 보면 손을 뻗어 스스로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이렇게 평소에도 서 경위는 주위의 전반적인 것들에 따뜻한 마음으로 무엇 하나 소홀히 넘기지 않고 살뜰히 챙기며 보살피면서 봉사 활동도 열심히 한다. 

 

우리 사회의 아름다운 선순환이 가능케 하는 힘들은 이렇듯 찾아 다니며 이웃을 챙기는 서영준 경위 같은 경찰들도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놓친 것, 그냥 지나친 것, 포기한 것들의 대부분은 팔을 뻗지 않아 인연을 맺지 못한 것들이다. 키가 능력이라면 팔은 간절함인 것이다.

 

장발장의 간절함을, 그 팔을 놓지 않고 끝까지 따뜻한 시선과 마음으로 잡아 준 서영준 경위의 태도는 우리 사회가 영세불망(永世不忘)해야 할 것이다.

 

현재 그녀는 취업에 성공하여 한층 밝아진 모습으로 사회생활에 적응 중이다.

끝과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에 힘겹지만 당당히 맞서는 그녀에게도 사회 한 구성원으로서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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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연 기자

성미연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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