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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한 미학, 깊이 있는 이탈리안 요리

담백함 속에 깊이를 담는 '오스테리아 오르조'

칼럼니스트 최보영

 

서울의 미식 지형도에서 한남동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아우르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그 중에서도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오스테리아 오르조(Osteria Orzo)는 이탈리안 다이닝의 정수로 자리잡고 있다. 김호윤 셰프의 주도 아래, 이곳은 전통 이탈리안 요리에 한국적 감각을 더해 진화된 미식을 선보이며, 식재료의 순수함을 바탕으로 한 간결하면서도 정교한 요리를 선사한다.

 

셰프 김호윤과 오르조의 요리 철학

 

김호윤 셰프는 오스테리아 오르조에서 재료의 순수한 맛을 극대화하는 요리 철학을 추구하고 있다. 그의 요리는 이탈리안 전통 요리를 기반으로 하되,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요리의 본질에 충실한 것이 특징이다. 김 셰프의 요리를 보면 "재료가 요리의 주인"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요리의 복잡성을 줄이고 재료 자체의 신선함과 질감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요리를 구성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각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최대한 이끌어내며, 심플하면서도 정교한 맛의 균형을 유지한다.

 

김호윤 셰프는 이탈리아 요리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어 조금 더 부드럽고 풍미 있는 맛을 추구한다. 그는 매일 신선한 재료를 고르고, 그날의 메뉴를 세심하게 구성하여 손님들에게 최상의 다이닝 경험을 선사한다. 그의 요리를 접하면 그 하나하나에 담긴 철학과 정성이 그대로 전달되어, 셰프의 일상을 읽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문화와 조화를 이루며 이탈리아 본연의 맛을 담은 미식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이 곳이 바로 오스테리아 오르조다.

 

한우 카르파치오: 단순함 속의 섬세함

 

 

오르조의 대표 메뉴 중 하나는 한우 카르파치오(Beef Carpaccio)다. 카르파치오는 이탈리안 요리에서 얇게 저민 생고기를 사용하는 전채 요리로, 주로 소고기나 생선을 얇게 썰어 오일과 채소로 간단히 맛을 내는 방식으로 제공된다. 그러나 오르조에서는 특별히 신선한 한우를 사용해 한국적인 재료와 감각을 더해 이탈리안 전통 요리를 새롭게 해석했다.

 

한우 카르파치오는 얇게 저민 한우 위에 트러플 오일을 살짝 뿌리고, 루꼴라와 견과류, 그리고 얇게 슬라이스한 파르미지아노 치즈를 얹어 고소함과 신선함이 조화를 이루는 요리다. 셰프는 이 요리를 손님이 먹기 편하게 한입 크기로 말아서 제공하는데, 이는 각 재료가 한 입에 동시에 들어가 맛의 균형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섬세한 연출로 보인다. 트러플 오일의 깊은 풍미와 한우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지며, 루꼴라의 신선함과 견과류의 바삭한 식감이 조화를 이루어, 요리 자체는 단순하지만 입안에서 느껴지는 맛의 깊이가 놀랍다.

 

화이트 라구 파스타: 입 안을 가득 채워주는 풍미

 

 

오스테리아 오르조의 또 다른 시그니처 메뉴는 화이트 라구 파스타(White Ragu Tajarin)다. 이 요리는 부드러운 생면 파스타인 따야린(Tajarin)을 사용해 진한 소고기 라구 소스와 트러플이 조화를 이루는 메뉴로, 트러플의 강렬한 향이 요리 전체에 퍼져 있다. 이 파스타는 트러플의 깊은 맛과 함께 소고기 라구의 고소함이 더해져, 첫 입을 먹는 순간부터 그 풍미가 입안 가득히 퍼진다.

 

트러플은 보통 이탈리안 요리에서 고급 재료로 사용되는데, 오르조에서는 이를 과하지 않게 사용하여 요리의 중심을 이루는 생면 파스타와 소스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구성했다. 트러플의 향과 라구 소스의 진한 고기 맛이 부드러운 면과 완벽하게 어울려, 묵직한 맛을 좋아하는 미식가들에게 특히 추천할 만한 요리다. 이 파스타는 오르조를 방문하는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강렬하지만 과하지 않은 그 조화로운 맛이 인상적이다.

 

비프 부르기뇽: 고전과 현대의 만남

 

 

비프 부르기뇽(Beef Bourguignon)은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전통적인 스튜 요리로, 소고기를 와인 소스에 천천히 졸여 만든 요리다. 오르조에서는 이 요리를 전통 방식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내어, 매쉬드 포테이토와 루꼴라 샐러드와 함께 제공한다. 와인 소스에 부드럽게 졸여진 소고기는 촉촉하면서도 진한 풍미를 자랑하며, 한 입 먹을 때마다 고기에서 나오는 육즙이 입안 가득 퍼진다.

 

이 요리는 특히 빵과 함께 제공되는데, 소고기를 빵 위에 올리고 소스와 함께 먹으면 와인 소스의 깊은 맛과 빵의 담백함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이처럼 비프 부르기뇽은 소스의 진한 풍미와 부드러운 고기의 질감이 어우러져, 오르조의 다른 요리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전통적인 프랑스 요리를 오르조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이 요리는, 한국과 유럽의 미식 문화가 결합된 결과물이 아닐까?

 

와인 페어링: 서로를 보완해주는 미식의 완성

 

오르조의 매력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와인 페어링이 아닐까 한다. 이탈리안 요리와 와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오르조는 다양한 와인 리스트를 통해 요리와 와인의 조화로운 페어링을 제안한다. 특히 Famille Moutard Blanc de Blancs와 같은 스파클링 와인은 트러플 라구 파스타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트러플의 진한 풍미를 산뜻하게 씻어주는 스파클링 와인의 청량감은, 식사 전반에 걸쳐 깔끔한 마무리를 선사한다.

 

담백함 속에 깊이를 담다

 

오스테리아 오르조는 화려하지 않은 담백한 요리로 미식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김호윤 셰프의 정교한 요리 철학과 신선한 재료, 그리고 간결하지만 풍부한 맛의 조화는 오르조만의 독특한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 전통 이탈리안 요리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한남동에서 독창적이고 세련된 다이닝 경험을 제공하는 이곳은, 미식가라면 한 번쯤 방문해야 할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혁신을 추구하는 오르조의 요리는, 단순함 속에 담긴 깊이 있는 맛을 통해 긴 여운을 남긴다. 요리에 대한 과한 찬양보다는 재료 자체의 힘과 셰프의 섬세한 기술을 강조한 이곳에서의 경험은, 서울의 다이닝 씬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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