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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연 기자의 詩와 시선 1편

눈물은 왜 짠가

 

눈물은 왜 짠가

 

시인 : 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로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 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 시인 함민복

1962년 충북 중원군 출생.

1988년 세계의 문학 ‘성선설’로 등단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외 다수

 

어렸을 때 읽었던 일본소설 ‘우동 한 그릇’ 이 오버랩 되기도 하는 산문으로 쓰여 진 함민복의 이 시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굳이 언어학적으로 분해하고 문법을 따지기도 전에 먼저 마음이 그저 뭉클해지며 처연한 마음 까지 들게 하는 작품이다.

 

함민복의 작품은, 가난과 슬픔 그리고 고통과 그리움으로 점철된 무자비한 삶을 어머니의 원형적이며 끝이 없는 사랑으로 극복되는데 ‘눈물은 왜 짠가’는 그런 어머니의 사랑을 가슴 찡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힘겨운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의 근원인 어머니와 가난하기만 했던 풋풋한 유년 시절을 밀도 높은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감정의 상황 전달도 흔치 않게 세밀 하지만 상태의 묘사와 의미의 부여를 위해 구사하는 언어들은 치밀한 온기로 빼곡히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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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연 기자

성미연 대표기자
010-5650-8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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