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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온(FACT ON)

유빙 헤치고 북극 뱃길 열었다

팬스타 아크로호 선원들이 전한 북극항로 시범운항 현장

 

경기헤드뉴스 권민성 기자 | 

"설렘 반 두려움 반이라고 해야 될까요."

 

지난 8월 22일 오후 9시25분, 부산신항을 떠난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호에 오른 선원의 첫마디는 담담했다. 오랫동안 준비했으니 잘 되리라 믿는다면서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뱃길이라는 사실만은 끝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이번 항해는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진흥공사, 한국해운협회가 함께 추진한 정부 주도 북극항로 시범운항이다. 2,758TEU급 내빙 컨테이너선인 아크로호는 국내 컨테이너선으로는 처음으로 러시아 북쪽 북동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향했다. 승무원 20명 가운데 선장과 기관장, 기관부 핵심 사관은 모두 내국인 해기사로 채웠고, 1등항해사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서 극지 운항 경험을 쌓은 현직 항해사가 맡아 선장을 보좌했다.

 

선원들이 가장 크게 꼽은 변수는 역시 얼음이었다. 얼음이 많으면 속도를 줄여야 하고 신경 쓸 것이 한둘이 아니어서, 출항 전부터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8월 31일 축치해로 들어선 뒤 상황은 그대로였다. 곳곳에 유빙이 떠다녀 긴장을 늦출 수 없었고, 특히 야간에는 유빙을 미리 감지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고 선원들은 전했다. 유빙에 갇히면 길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순간에는 결국 그때그때 환경에 맞춰 항로를 골라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기관실의 긴장은 또 다른 종류였다. 북극 한가운데서 기계 고장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승선원 전원의 생과 직결된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었다. 목적지에 무사히 닻을 내리는 그 순간까지 단 1초도 엔진에서 눈을 떼지 않겠다는 각오가 뒤따랐다.

 

그리고 아크로호는 9월 9일 오후 4시15분께 북극해 경계를 빠져나왔다. 8월 31일 진입 이후 9일 만이었다. 축치해와 동시베리아해, 랍테프해, 카라해로 이어지는 약 6,400㎞ 구간을 러시아 쇄빙선의 호송 없이 자력으로 통과한 것이다. 12일 오전 5시께에는 유럽 첫 기항지인 영국 펠릭스토우항에 들어갔다. 부산을 떠난 지 21일 만으로, 기존 항로보다 약 10일이 단축됐다.

 

북극해를 지나온 선원들의 목소리는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 처음에는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지만, 지금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몸으로 느꼈기 때문에 한결 마음이 가볍다고 했다. 경험이 자신감이 된 셈이다.

 

이들이 이번 항해의 의미로 꼽은 것도 결국 그 지점이다. 북극항로에 대한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양수산부는 이번 운항에서 확보한 운항거리와 소요기간, 연료소모량, 운항비용 자료를 분석해 북극항로 활성화 정책과제를 발굴할 계획이다.

 

항해는 아직 절반이 남았다. 아크로호는 13일 네덜란드 로테르담, 16일 폴란드 그단스크를 차례로 들른 뒤 다시 북극해를 건너 10월 중순께 부산항으로 돌아온다. 왕복을 마쳐야 비로소 이번 시범운항의 성패를 온전히 말할 수 있다. 다만 북극 해빙이 가장 줄어드는 9월에 귀항길이 놓인 만큼, 돌아오는 뱃길은 조금 더 수월하리라는 기대가 나온다. 처음 열린 길 위에 쌓인 20명의 경험이, 다음 배가 딛고 설 항로의 첫 좌표가 되고 있다.

 

영상출처 : KTV 국민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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