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헤드뉴스 권준형 기자 |
여느 꽃들이 정중앙을 깊숙이 숨겨둘 때, 이 꽃은 오히려 중심을 한껏 부풀려 하늘로 치켜세운다. 고슴도치의 털처럼, 혹은 작은 솔방울처럼 단단하게 솟아오른 주황빛 꽃술. 그 굳센 중심을 따라 짙은 분홍빛 꽃잎들이 마치 태양의 불꽃처럼 아래로 시원스레 뻗어 내린다. 그래서 이 꽃의 우리말 이름은 '자주천인국(紫珠天人菊)', 하늘의 사람이 내려준 꽃이라 불린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이 꽃은 그 자체로 아주 작은 세상이자 안식처다. 뾰족해 보이는 가운데 꽃술은 사실 무수히 많은 작은 꽃들이 촘촘히 모여 꿀을 품고 있는 생명의 샘이다. 한여름의 뙤약볕 속에서도 달콤한 향기를 숨기지 않아, 오늘은 여린 배추흰나비 한 마리가 그 단단한 황금빛 도심에 안착해 긴 날개짓을 멈추고 고요한 휴식을 취한다.
원래 북미의 광활한 평원을 지키던 야생화였던 에키네시아는, 거센 비바람과 타는 듯한 볕을 견뎌내며 스스로 면역의 힘을 길렀다. 북미 인디언들이 상처를 치유하는 약초로 쓰며 아껴왔듯, 이 꽃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늦봄부터 한여름을 지나 초가을까지 정원의 가장 더운 시간들을 흔들림 없이 지켜낸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면, 화려했던 분홍 꽃잎은 바싹 말라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 뒤에도 다갈색으로 여문 단단한 꽃술의 중심은 그대로 가지 끝에 남아, 다가올 겨울 정원 위로 조용히 눈을 맞으며 서 있을 것이다.
계절의 가장 뜨거운 한가운데서 묵묵히 서서 날아드는 생명들을 품어내는 꽃. 에키네시아가 나비의 날개짓을 빌려 건네는 꽃말은 참으로 깊고 다정하다. ‘영원한 행복’, 그리고 ‘건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