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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탐닉

[미식칼럼] 스시 미나미 – 예약 전쟁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스시사이토의 계보와 12만 원 런치가 만든 청담의 새로운 기대주

경기헤드뉴스 최보영 기자 |

예약이 어렵다는 사실은 언제부터 음식의 수준을 설명하는 말이 되었을까.

 

요즘 인기 레스토랑을 이야기할 때 음식보다 먼저 등장하는 정보가 있다. 예약창이 몇 초 만에 닫혔는지, 신규 방문자가 자리를 얻기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다음 달 좌석을 확보하려면 언제 접속해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공연이나 대학 수강 신청에 빗대 ‘예약 전쟁’, ‘스강신청’이라는 표현까지 생겼다. 어렵게 얻은 자리는 식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특별한 경험으로 소비된다. 예약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음식의 맛과는 별개의 만족을 주고, 그 희소성이 다시 식당의 명성을 높인다.

그러나 예약하기 어렵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식당인 것은 아니다. 화제성과 좌석의 희소성만으로도 한동안 예약창은 붐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첫 호기심이 사라진 뒤에도 사람들이 다시 그 자리를 원하는가이다.

지속되는 예약 전쟁은 유명세보다 재방문에서 시작된다.

 

첫 예약을 만드는 이름

 

국내 상위 스시야를 손꼽을 때 빠지기 어려운 이름 가운데 하나가 스시사이토 쥬욘이다. 한때 첫 방문까지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렸을 만큼 예약 난도가 높았던 곳이다.

스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지만, 마음먹는다고 바로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그 이름에는 음식의 완성도뿐 아니라 일본 스시사이토로 이어지는 계보와 좀처럼 얻기 어려운 좌석의 희소성까지 함께 담겨 있다.

그러니 일본 도쿄의 스시사이토에서 연수하고, 서울의 스시사이토 쥬욘에서 경험을 쌓은 셰프가 자신의 업장을 열었다면 관심이 모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청담동 스시 미나미를 연 남성훈 셰프가 그렇다.

 

남 셰프는 도쿄 핫토리영양전문학교에 입학한 뒤 롯폰기의 스시사이토에서 연수했고, 이후 스시사이토 쥬욘에서 근무했다. 지난해 12월 20일에는 자신의 성인 남(南)을 일본어로 읽은 ‘미나미’를 상호로 내걸고 독립했다.

 

이력은 새 식당에 대한 신뢰를 빠르게 만든다. 아직 경험하지 않은 음식에 돈과 시간을 지불할 때 손님은 셰프가 어디에서 배웠는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스시사이토와 쥬욘이라는 이름은 스시 미나미의 첫 예약을 끌어오는 강한 이유가 된다. 하지만 그 이력만으로 두 번째 예약까지 보장되지는 않는다.

예약은 계보가 만들 수 있다. 다음 예약은 식사를 마친 손님의 판단이 만든다.

 

 

12만 원을 지불하고 무엇을 얻는가

 

스시 미나미의 런치 가격은 12만 원이다.

청담동 스시 오마카세의 가격으로 보면 파격적으로 낮은 숫자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하이엔드 스시를 자주 경험하는 사람에게 부담 없이 반복할 수 있는 금액도 아니다.

그래서 손님은 가격보다 많은 것을 계산한다. 좋은 재료가 몇 점 나왔는지뿐 아니라 츠마미와 니기리의 구성, 샤리의 상태, 서비스의 흐름, 식사를 마친 뒤 남는 만족까지 함께 저울질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흔히 말하는 ‘가성비’와 조금 다르다. 양이 많거나 절대가격이 저렴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불한 금액에 비해 얼마나 충실한 경험을 받았는지를 판단하는 ‘체감 가치’에 가깝다.

 

스시 미나미의 런치는 참치와 대게, 문어, 제주 은갈치로 이어지는 네 가지 츠마미로 문을 연다. 이후 참돔과 시마아지, 아카미, 참치 뱃살을 비롯한 니기리가 이어지고, 도야마산 시로에비와 잿방어, 홋카이도산과 강원도 고성산 우니를 함께 올린 한 점도 등장한다.

아나고 뒤에는 간뾰마키와 교쿠가 이어지고, 마지막 모나카 아이스크림으로 식사가 끝난다.

이 구성을 중요하게 만드는 것은 메뉴의 숫자만이 아니다. 런치라는 이유로 츠마미와 마키를 과감히 줄여 니기리 몇 점에 집중한 코스가 아니라, 시작과 전개, 마무리를 모두 갖춘 한 끼라는 점이다.

 

특히 에도마에 스시의 전통적인 마무리인 간뾰마키를 정규 런치에 포함했다는 사실은 이곳이 점심 코스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준다. 디너의 일부를 덜어낸 축소판이 아니라, 런치만으로도 온전하게 닫히는 식사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12만 원이라는 가격은 바로 이 완결성 안에서 다시 평가된다.

 

 

손님은 무엇을 기억하는가

 

구성이 풍성하다는 사실만으로 다음 예약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손님에게는 식당의 이름과 함께 떠올릴 만한 한 점이 필요하다.

스시 미나미에서 가장 선명했던 것은 제주산 영귤과 소금을 올린 무늬오징어였다.

단맛과 짠맛이 직접 맞붙는 익숙한 ‘단짠’과 달랐다. 영귤의 산미가 입안을 열고, 소금이 무늬오징어 안에 있던 단맛을 또렷하게 끌어냈다. ‘상큼짠’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한 점이었다.

 

참치 뱃살 뒤에 배치돼 앞선 지방감의 여운을 가볍게 정리한 순서도 좋았다. 좋은 재료를 많이 내는 것과 좋은 코스를 만드는 일 사이의 차이는 이런 배치에서 드러난다. 재료의 가격보다 앞선 한 점이 남긴 감각을 읽고 다음 맛의 자리를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후반부의 아나고 안에는 유자가 들어 있었다. 처음에는 유자의 향으로 다가왔지만 달큰한 츠메와 바다장어가 함께 섞이자 산미가 조금 더 맑고 또렷하게 느껴졌다.

무늬오징어 위의 영귤은 한 점의 시작을 열었고, 아나고 안의 유자는 단맛의 끝을 정리했다. 같은 감귤류가 코스의 서로 다른 위치에서 전혀 다른 역할을 맡은 셈이다.

 

이런 한 점은 식사를 마친 뒤에도 설명하기 쉽다. “좋았다”는 막연한 감상보다 “영귤과 소금을 올린 무늬오징어가 인상적이었다”는 구체적인 기억이 다른 사람의 호기심을 움직인다.

예약 경쟁을 만드는 추천은 대개 이런 기억에서 출발한다.

 

 

유명한 산지보다 오늘의 만족

 

하이엔드 스시 시장에서는 산지의 이름이 곧 재료의 권위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홋카이도 우니, 도야마 시로에비처럼 널리 알려진 산지는 메뉴를 읽는 순간부터 기대를 만든다.

스시 미나미의 코스에는 이런 일본 재료와 함께 제주 은갈치와 영귤, 강원도 고성 우니가 자연스럽게 놓인다.

 

홋카이도산 우니와 고성산 우니를 같은 샤리 위에 나란히 올린 한 점은 어느 쪽이 우월한지를 가리는 비교 시식으로 보이지 않았다. 서로 다른 바다에서 온 두 재료의 차이를 한입 안에서 경험하게 하는 구성이었다.

손님이 기억하는 것은 수입 재료가 몇 종류였는지에 관한 계산이 아니다. 산지의 이름이 실제 한 점의 만족으로 이어졌는가이다.

좋은 원물을 확보하는 능력은 중요하지만, 재료의 명성만으로 높은 가격을 설득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고 있다. 소비자는 유명한 식재료를 맛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재료가 코스 안에서 왜 그 자리에 놓였는지를 경험하려 한다.

 

스시 미나미의 12만 원 런치가 높은 체감 가치를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산과 국내산을 나누어 과시하기보다 각 재료를 코스에 필요한 위치에 배치하고, 츠마미부터 후식까지 빠지는 장면 없이 이어간다.

 

 

예약창을 좁히는 사람들

 

예약이 어려운 업장을 만드는 것은 예약을 한 번 시도해보는 수많은 사람이 아니다.

이미 다녀온 뒤 다음 계절의 자리를 먼저 잡는 사람, 가족이나 지인에게 권하는 사람,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때 발견했다는 기쁨을 나누는 사람이 예약창을 좁힌다.

 

스시 카운터는 한 회차에 받을 수 있는 손님이 제한된 업종이다. 만족한 손님들이 재방문을 시작하면 신규 방문자에게 돌아갈 좌석은 빠르게 줄어든다. 여기에 셰프의 이력에서 시작된 관심과 먼저 방문한 사람들의 추천이 겹치면 신생 업장의 예약 난도는 짧은 시간 안에도 높아질 수 있다.

이 과정에는 발견의 욕망도 작용한다.

이미 유명해진 곳에 어렵게 입장하는 만족과 아직 이름이 충분히 퍼지지 않은 곳을 먼저 경험하는 즐거움은 다르다. 후자에는 좋은 식당의 성장 과정에 자신도 작은 몫을 보탰다는 감각이 있다.

 

“내가 처음 갔을 때는 예약이 어렵지 않았다”는 말에는 단순한 추억 이상의 은근한 자부심이 담긴다.

 

신생 레스토랑에 대한 입소문은 음식의 평가이면서 동시에 발견을 공유하는 문화다. 누군가의 추천은 다음 손님의 첫 예약을 만들고, 그 손님의 만족은 다시 또 다른 추천으로 이어진다.

 

예약 전쟁은 식사 뒤에 시작된다

 

스시 미나미는 아직 문을 연 지 6개월가량 된 신생 스시야다. 현재의 예약 난도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예약하기 어려운 식당이 만들어지는 조건은 이미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첫 방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계보가 있고, 런치 12만 원 안에서 충분히 받았다고 느끼게 하는 구성이 있다. 기억에 남는 한 점이 있으며, 계절이 바뀌었을 때 다시 찾아보고 싶게 하는 여운도 남는다.

무엇보다 식사를 마친 사람이 누군가에게 소개하고 싶어진다.

예약 전쟁은 예약창의 모든 자리가 사라진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한 손님이 식사를 마치자마자 다음 방문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지금 가보라고 권하는 순간 이미 조용히 시작된다.

 

스시 미나미의 예약창이 좁아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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